국비 SW 개발자 양성 과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023. 6. 6. 19:15캐리의 일상/캐리의 성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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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한겨레 21의 국비 전액 지원 코딩 교육의 현실과 관련한 특집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국비 SW 개발자 양성과정 6개월을 수료했던 유경험자라 몇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아래와 같이 적어봅니다. 물론 개인적인 소회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분들이 있는 점은 감안해서 봐주세요.

 

1. 국비 교육 커리큘럼 질의 문제

강사의 역량과 관련한 인터뷰 내용이 꽤 비중을 차지했는데 일정 부분은 동감한다. 그렇지만 이에 앞서 6개월 동안 비전공자들도 할 수 있다며 내세운 커리큘럼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경우엔 자바를 5일인가? SQL을 3일, 자바스크립트 + CSS 3일? 파이썬 1주일 그리고 중간 프로젝트.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오렐리 시리즈와 같은 유명 서적 2~3권을 2주씩인가 정도 돌리고 2개월 프로젝트 돌입했던 것 같다.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이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 같은데 쪼개서 분야별 강사를 섭외하기도 힘들고 능력자들은 강사풀에 그리 많지 않으니 대표 강사 1~2명이 6개월 과정을 이끄는 형식이 대부분. 하나만 진득하게 6개월 물고 늘어져도 모자랄 판인데 저런 커리로 짜지 않으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또 현실이니 비슷한 커리큘럼이 전국에 유지되고 있는 듯. 

 

 

 

2. 비전공자 입장에서 개발 언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난감함

말과 글로 모든것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던 문과생으로 20~30년 살아오다 갑자기 접한 생경한 코드 문법들. 이게 왜 이런지 파고들어 이해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누구 하나 딱 부러지게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 없다. 구글링 해서 답을 찾으라는 조언밖에. 처음에는 참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으나 IT회사에서 개발자들과 일하며 그리고 해외 석사 과정을 준비하면서 또 reddit과 같이 외국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며, 코세라 강의를 들으며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SW 교육들을 접하며 결국 스스로 공부하는 주도적인 능력이 더 절대적인 영역이 IT라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젝트 멘토링에 참여했을 때 나 조차도 영어로 질문하는 능력을 좀 더 기르고 익숙해 지면 좋을 거란 말을 할 정도로 딱 정해진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분야이고 오픈소스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 곳인 만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는지 꾸준히 찾아보고 깨닫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 우리 공교육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본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뭐든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왔던 세대들에게 갑자기 네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 봐! 와 같은 식의 교육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 가이드를 해 줄 사람의 역량이 좀 더 현실성 있기를 바랄 뿐인데 SW 인재 대거 양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데 챌린지가 되는 구조적인 문제라 금방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3. 모두가 코딩을 해야 할까?

취업이 어려워서 좀 더 유망해 보이니 도전한다는 사람이 대부분. 개인적으로는 국비교육의 질의 문제를 떠나 일단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금이 제대로 쓰이긴 해야겠지만 비전공자로 출발해서 국비 교육과정을 거쳐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한 소수가 캐파를 키워 전체 파이 확대에 기여한다면 그 자체로 투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두드려 봤는데 나는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아서 못해먹겠는데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있을까.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에 대한 기관에 대한 국비 페널티를 좀 더 강화하고 현실적인 커리큘럼에 대한 주관사의 자정 능력이 필요하겠다.

 

 

4. 지역 격차는 더 심해지는 국비 교육

전국적으로 기관, 대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SW 국비 교육이다보니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어도 강사 구인난이 벌어지는 수도권에서 먼 지방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대면교육 만이 해결책은 아닐 터, 온라인으로 질 좋은 강의가 지방 교육으로도 확대되었으면 좋겠는데 비대면교육이 거의 사라지고 대면 출석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지방에서 교육을 접해본 경험자로선 이해가 잘 안 된다. 초중고 SW 교육 또한 지역 격차가 심각한데 이런 국비교육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의지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잘못되었다. 

 

덧) 상대적으로 혼자 정보를 찾고 스스로 공부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코세라나 유튜브 등 각종 외국 영상들, 강의들 책을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은데 요 몇 년 동안 알게 된 사실은 정답을 스스로 찾는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구나, 직접 터득해 봐가 누군가에게는 처음 마주하는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것. 평생 그렇게 교육받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미국식, 최신 교육 방법이다라고 접근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장 초등학생들한테도 코딩 교육을 확대한다니 일선 방과 후 과정에서 CDT 자격증 시험부터 준비하는 게 현실이니 .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저는 함께 프로젝트 진행하며 해외 논문 찾아보고 구글링하며 이쪽 세계를 경험했던 시간이 돌이켜보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새로운 영역인데 다음 스텝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으니 그정도로 만족합니다. IT회사로의 점프에 사실 딱히 해당 프로그램 수료가 도움이 되진 않았고 이전 경력에 한스푼 얹은 정도이긴 하지만 6개월만에 취업보장이라는 홍보 타이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프로그램별로 온도차도 있고 주관 기관에 따라 케바케가 많은 것 같아서 전반적인 수준과 관리체계가 좀 더 촘촘해 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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