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4. 13:01ㆍ캐리의 일상/캐리의 책이야기
책 리뷰 - 초예측 (Super-Forecast)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
- 오노 가즈모토 엮음
초예측 리뷰 전반
눈에 띄는 저자, 유발 하라리와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보고 책을 골랐지만 깊이가 없는 책이다. 고로 초예측이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 거창하고 포장이 심하다.
세계 석학에게 인류의 미래를 물었다고는 하지만, 책의 엮은이인 일본인 오노 가즈모토가 8명의 석학을 직접 만나 인터뷰 취재 내용을 엮은 것이고, 분량 면에서 200여 페이지 남짓한 책에 8명의 짧은 인터뷰를 담다 보니 누구나 아는 얘기를 풀어써 놓은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요새 최고 핫한 유발 하라리의 책을 한 권이라도 봤다면 이 책은 전혀 볼 필요가 없겠다.
팬데믹 이전 2018년 무렵 또는 그 이전에 이뤄진 인터뷰를 책으로 펴냈지만 그래도 현재의 나, 미래의 나에 대해 잠깐 되짚어 볼 만한 문장들은 건진 것에는 만족한다. 좀더 이들의 식견이 궁금하다면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최신작 <대변동>을 깊게 읽는 것이 인사이트를 얻는 데 더 도움이 되겠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혼란에 빠진 이 시기에 그 누군가는 더 도약하며 많은 부를 축적하고 또 미래를 앞서나간다. 이런 예측 불가능의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해 유발 하라리가 지적한 부분을 보자.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바꿔나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혁신해야 한다.
대부분 변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학문의 경계를 지키는 일보다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
전 지구적 의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분야 횡단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해 가면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나의 학문만 파서 전 생애 주기를 먹고 살 수 있었던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 100세 시대라 불리는 이 삶은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나.
인재론, 조직론 분야 석학인 린다 그래튼은 <100세 인생> 이란 책도 집필, 2017년 일본의 '인생 100년 시대 구상 회의'라는 전문가 심의회에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지금까지의 3단계 삶 (교육 - 일 - 은퇴)은 이미 끝났고 다단계의 삶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과 정도, 시기를 스스로 조절해 결정해야 한다.
그때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재충전, 재교육이 중요하다.
앞으로 유형자산 보다는 건강, 동료애, 변화에의 대응력과 같은 무형자산이 훨씬 중요!
오락 (recreation)이 아닌 재창조(re-creation)에 투자해야 한다.
경력은 수많은 선택의 집합체다.
독서 포인트
마지막 문장을 더 확장시킨 코멘트인
"제 경력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적극적인 선택의 조합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특별하게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이력서 몇 줄로 그 사람의 인생을 다 파악할 수 없듯이 그때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려 행했던 경력을 애써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겨서는 안될터. 항상 나의 지난 10년에 대해 수많은 잣대들을 들이미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한 템포 쉬면서 재충전과 재교육을 하고 있는 현재를 다시 한번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 두 챕터 빼고는 나머지 석학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은 제목만 봐도 짐작이 갔다.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행복에 대한 내용,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의미하는 미국내 계급 분쟁, 갈등, 분열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8장은 일본인 저자의 시각으로 북한을 대하는 미국과 일본의 시선을 전하는 내용을 아주 짧게 다룸. 오히려 한국인 입장에서는 기술과 인간의 미래를 들여다본 <공존과 지속>이라는 책이 더 깊이가 있을 것 같다.(이 책도 책장에 묵혀두고 있다...)
이 책에 쓰일 2018년에만 해도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미래를 지배할까 그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윤리적인 측면의 문제는 없는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한 여러 예측들이 난무했을 터이니 유명한 저자들의 인터뷰 몇 꼭지가 책이 되었겠지만 팬데믹 상황인 현재, 한편으로는 부질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책을 읽으면서 내 책장에 꽂혀 있는 내돈내산이지만 오래 묵혀둔 책에 등장한 석학들의 책으로 눈길이 가게 만든 게 이 책을 읽은 소득이라면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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