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9. 22:03ㆍ캐리의 일상/캐리의 성장발전소
귀국한 지 약 3개월, 저는 지금 동남아 디톡스 중입니다:)
식단과 운동으로 내 몸속의 독소를 빼는 디톡스와 함께 몸과 정신이 익숙해져 있었던 동남아의 생활패턴을 씻어 내고 다시 균형을 찾고자 노력 중.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그 공허함을 한국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가령, 어찌 보면 뭐 그리 특별할까 싶지만 조용한 카페에서 책 한 권 읽는게 뭐 그리 소원이었는지 스트레스가 최고조였던 지난해 8월에 휴가 내고 방콕 가서 카페를 찾아다녔다는.오토바이로 가득찬 도로와 무단횡단, 트래픽의 압박,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어느 순간 짜증으로 와 닿았을 때 이젠 정말 돌아가야겠구나 마음먹었던 것 같음.
주말마다 본가 경주로 와서 집 바로 뒷산 30분 산책코스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로 향합니다.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기 전인 아홉시 즈음 아무도 없는 고요한 마을 거닐며 자연 냄새 맡으면 참 차분해집니다. 최근 몇 년간 동남아 여행도 참 많이 다니면서 비싸고 좋은 거 맛보며 후회 없이 즐기며 살았던 것 같지만 이런 게 참 그리웠다. 카페의 데시벨이 정말 높은 도시에 살았기에 돌이켜보면 한창 힘들었을 때 매일 카페를 찾아다녔던 시기엔 매달 커피값으로만 30만 원 이상 쓰고 다녔던 듯.
한국이라서 감사한 일상들을 정리해 봅니다.
- 데시벨에 스트레스를 받은 게 컸는지 조용한 아침, 신호를 지키는게 너무 당연한 건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상 긴장상태였던 생활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너는 일상.
- 버스-지하철 시간에 딱딱 맞춰서 도착하고 늦은 밤 도로변 거니는게 무섭지 않은 일상.
- 보고 싶은 책 주문하면 하루만에도 도착하고, 전국구 잘 갖춰진 도서관 시스템 그리고 택배까지. 내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에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 아무리 대학가 꽉 찬 카페라고 해도 사람들이 떠드는 데시벨이 베트남보다야 한참 낮으니. 조용한 카페도 널렸고. 아무도 내 노트북에 신경 안 쓴다. (눈뜨고 카페에서 도둑맞은 기억 스멀스멀)
- 마트 갈 때마다 가방체크 혹은 가방 지퍼 쪽을 케이블 타이로 입구 경비원이 묶고 계산 후 나갈 때 니퍼로 끊는 거를 안 해도 된다. 아무렴 계산 안 하고 나갈까. 매번 재활용도 안 되는 그 타이로 묶고 버리는 것 또한 환경오염일 텐데 불신사회의 끝은 어디일까.
- 한국은 참 빨리 바뀐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잘 흡수하고 받아 들인다. 젊은 베트남도 마찬가지였지만, 무언가 뒤쳐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트렌디한 한국 팔로 업하면서 하루하루가 새롭다.
-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4월까지 나는 사무실에서 거의 유일하게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오히려 괜한 불안을 줄 수 있다며 내가 마스크 쓰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떠오르며. 지금은 거의 안 쓴다는데 마스크 쓰고 걸어 다니고 버스 타고 수업 들으며 운동하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게 더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뭔 국뽕글인가 싶겠지만 라이프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던 곳에서의 기간이 길었다면 내 나라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으리라. 다 잘될 거니 안전한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는데 너무 고민하지는 말길 바라는 맘에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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