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2. 23:22ㆍ캐리의 일상/캐리의 성장발전소
인공지능 과정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베트남을 떠난 지 4개월, 교육 과정도 3개월이 지나면서 이론 수업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시점. 아무래도 서른 중반까지 거의 마주친 적이 없던 분야라 그 낯섦에 적응하는데 3개월이 걸린 것 같다.
진도 속도는 빠른데 이해는 안 되고 수업은 따라가야겠고 몸은 안 따라 주면서 멘탈이 붕괴되었던 적도 간간히 있었고 흔들리기도 했지만 머신러닝 단계로 들어서면서 꽤 재미를 느끼고 있기에 다시 한번 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며 다짐용으로 끄적여 본다.
변화를 인정하고 앞서 나가기.
내가 몇 달이나 미루고 미뤘던 뉴욕타임즈 구독 취소.
베트남에서 외국계 회사에서 홀로 한국인으로 몇 년을 영어로 버티면서도 항상 부족함을 느껴 공부를 좀 더 해보겠다고 뉴욕타임즈 All-Access 구독 신청한 게 지난해 9월. 1주일에 1$로 한 달에 4달러만 내면 된다는 그 프로모션에 혹해서 한화로 5천 원 까짓것 내고 매일 기사를 마음껏 읽자라고 구독했지만..... 매일은커녕 한 달에 며칠이나 읽었을까.
미루다가 콜센터 연락. 나라별로 콜센터 번호를 따로 두고 007로 시작하면서 시간도 다 다르길래 구독자가 많으니 한국사람이 대응하나 싶었는데 전화하니 깔끔한 원어민 영어가 띡 나오는 게 아닌가. 의도치 않게 오래간만에 영어로 잠깐 대화함. 아주 퉁명스럽게 어카운트 확인만 하고 잠시 홀드 해라 다음 절차가 있을 거다 라는 말 후에 대기 음악이 너무 길게 이어지길래 그냥 끊어버리고 다시 시도한 챗봇.
이젠 너무나 일상이 되어 버린 챗봇과의 대화. 구독 취소하겠다고 하니 봇에 진짜 사람이 등장. 어카운트팀 Daulin이라는데 갑자기 솔깃하는 제안을 한다. 베이직 액세스 모드로 한 달에 1 USD 가격으로 구독을 역제안. 1년 동안 유지된단다. NYT 홈피에는 요새 프로모션은 한 달에 2불이던데 얘는 1불을 제안하네.
결론은.... 한 달 1불 내면서 1년 NYT 이용 더 해보기로... 또르르 취소 실패
대화 중에 바로 해외 결제 승인됨. daulin과 땡큐 인사를 한 뒤 바로 저 사진의 서베이 봇 등장.
이미 익숙한 일상이기도 한데 언제 이렇게 세상이 변했나 싶다가도 앞으로는 더 짐작도 안 되는 혼란의 시기 아닌가. 나의 20대 마지막과 30대는 오롯이 해외에서 보내다 보니 오히려 더 나만의 콘텐츠와 스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게 된 것 같다.
한국의 산업 발전 속도가 빠르고 잘 흡수하면서 빨리 뭐든 배운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만나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 외국인들, 현지인들 그 틈에서 내가 빛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가. 운과 간판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을 너무나 곁에서 봐 오면서 자기 진짜 실력을 키우고 갈고닦는다면 나이 든 성별이든 인종이든 상관없이 승부할 수 있겠구나를 온몸으로 느끼며 돌아온 지금. 나는 왜 이 길에 발을 한 발짝 내디뎠는가.
오픈소스, 개방성, 가능성
남들보다 정보 빨리 얻고 찾아보고 또 공유하는 걸 즐겨했다. 그걸 업으로 한 적도 있었고 부딪히면서 익혀가며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던 게 언 10여 년. 졸업 이후 달달달 외우기만 하는 자격증 공부류, 시험을 위한 공부 이런 걸 아주 꺼려하는 내게 이쪽 분야는 신세계 이면서도 동시에 부딪혀 보고 싶다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자료가 널렸다. 은혜로운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의 코드를 뽐내듯 다 공유한다. 서로 도와주고 끌어준다. 영어로 검색해서 찾아보는 해외 영상들, 리포트들, 구경만 슬쩍하고 있는 논문들. 다들 제발 좀 보라고 너도나도 다 무료로 공유한다. 공유와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새로운 기술들의 등장. 절대 장벽이 높아서, 돈이 없어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 시도를 못하겠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세계다.
영어와 유튜브가 그 길을 터준다. 지금껏 길에서 배우고 동남아에서 영어로 일하면서 부딪히며 익혔던 영어들이 본격적으로 공부에 쓰일 차례다. 뭐부터 딱 배워야 한다는 이정표는 사실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닥치는 대로 읽고 시도해보고 에러 창 더미에서 해결책도 찾아보며 교류하면서 캐파를 키워야 한다.
요즘 매일 마다 기사에서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안 본 적이 있었던가. 국가적으로 총력전을 펼쳐서 미국 주도하의 기술 대전에 뒤처지지 않으려 인재 양성에 나선 모습. 이쪽 분야 인재 양성은 고로 경쟁력이 없는 사람은 대체된다는 말이 아닐까.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잘 헤쳐 나가면서 살아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타이밍이다.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이기.
초반에는 어떻게 공부하고 어디서 자료를 찾아야 할지 감이 없었는데 먹이사슬처럼 찾고 찾고 또 찾다 보면 새로운 소스를 계속 발견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훑고 지나갔던 내용들 다시 되짚어보며 기본기를 쌓으면서도 동시에 학계와 산업에서 다루고 있는 최신 트렌드들도 봐가면서 그림들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다. 양과 몰입이 중요한 시점인 듯.
단기간에 다 파악할 수 있으면 아무나 하지 왜 못하겠는가. 길게 보고 장기전으로 흥미를 잃지 않기. 지난 10년 동안의 커리어 변화를 되돌아보면 큰 고민 없이 빠른 결단으로 이직이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안녕. 제대로 시작해서 밀어붙여 보기로.
인스타와 페북 등 SNS는 잠시 비활성화 모드로.
유튜브도 구독 채널만 수백개라 디톡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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