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by 유시민)

2021. 6. 1. 16:34캐리의 일상/캐리의 책이야기

반응형

"이제는 살아남는 것, 오래 사는 것 그 자체가 삶의 목표일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에 머릿속이 혼란한 시점에 몇 년 만에 다시 집어 든 책,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 20대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명제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의미로 이런 문장을 남겼을 까 나의 삶은 어떠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가에 대해 곱씹으며 적어도 그 호흡을 따라갈 순 있게 되었다. 삶의 순간에 녹여낸 생각과 신념들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던진 물음표들을 나에게 적용시켜보며 책 읽은 흔적을 남겨본다. 프롤로그 타이틀 '나답게 살기' 를 위해 총 4장에 걸쳐 풀어낸 삶에 대한 궤적을 주제별로 와닿았던 문구를 소개하며 나에게 적용시켜 본다.

 

제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5개의 소주제 마음 가는 대로 살자/ 내 인생은 나의 것/ 왜 자살하지 않는가/ 위로가 힘이 될까?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에서 그은 나의 밑줄들.

인생에서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신껏 인생을 사는 것이다. 
더 훌륭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중략)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회사와 나라를 바꿔가며 내가 행한 선택들을 되돌아보며. 결과나 외부의 시선이 어찌 되었든 소신껏 살아왔다. 내 인생은 내 책임 이란 부분에 밑줄 쫙. 그때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자조 섞인 말들을 내뱉는 순간들이 많은데 그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으니 지난 일은 과거에 묻어두자. 
다음은 그리고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자기 결정권'에 대한 구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자유론>, 책세상, 2010, 129쪽 인용)

 

나는 과연 내가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으며 살고 있는가. 나만의 방식, 내 방식대로 사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30대 중반인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 할 숙제. 다음은 삶과 죽음에 대한 구절 중.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된다.
하루의 삶은 하루만큼의 죽음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유한한 삶에서 하루가 의미하는 바가 하루만큼의 죽음이라고 여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읽고 보니 그렇다. 애써 깊이 고민해 보려 하지 않는 인생의 끝자락을 그려봐야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나의 20대를 관통한 책과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Eat Pray Love>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 바로 여기에 집중하는 삶,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놀며 일하며 사랑하며 지금에 충만한 삶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과 내가 좋아하는 책의 결이 비슷한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끄덕끄덕.

 

무엇보다 먼저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이란, 배우고 깨닫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작업이다.

나도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표현해봐야겠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기껏 받는 질문이래 봤자 회사 면접에서 지원자의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 입사 포부 정도였지 않을까. 면접 볼 때 몇 번 이렇게 답했다. "60대 이후에는 아마 필드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세계 구호현장에서..." 20대에 순수한 마음으로 잠시 누볐던 현장의 목소리를 60대에 다시 느끼고 싶다고. 비위에 맞추는 답변은 이제는 절대 안 한다.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라는 생각을 최근에 해본 적이 있었던가. 20대 초반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처음으로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을 크게 느꼈고 주변인의 죽음이 아니면 일상에서 쉽사리 마주하기는 힘들다. 2장 도입부에서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은 죽음이라는 운명과 대비할 때 제대로 의미를 드러낸다."라고 시작한다. 

사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즐겁게 놀고, 깊게 사랑하고, 뜨겁게 연대하는 모든 순간마다 조금씩 죽는다.
(중략) 어떻게 사는 인생이 훌륭할까. 일단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
(중략)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주입하는 것이 아닌 격동의 현대사 장면마다 마주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쓰면서 이렇게도 생각해봐 라고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말하는 느낌을 받으며 읽게 된다. 유튜브를 통해 또 공중파를 통해서 자주 접하는 분이라 그런가 책에서 다루는 장면들이 이미지로 그려지니 생동감이 느껴진다. 

 

온실 안의 화초가 아니라면 꽃도 나무도 다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종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면 흔들리는 그만큼 더 자라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로 나는 내 힘으로 살아왔는가 아님 적어도 그런 내공을 키웠는가.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대학시절부터 세계사 책으로 번 인세로 독일 유학을 갔다 와서 정치인으로의 삶과 방송 그리고 글 쓰는 일까지. 일련의 인생사를 풀어내는데 한국 정치사가 빠질 수는 없을 터. 자기 결정권을 지키기 위한 조건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버나드 쇼처럼 지성적 자아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을 가진 마지막 시간까지 무슨 글이든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글 쓰는 사람으로 정하고, 일상이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자고 말한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인생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냉혹한 과정인지 모른다. 원대한 꿈과 낭만적 열정만으로는 살아갈 수는 없다.(중략)
마흔 이후에도 인생을 바꾸는 결단을 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동과 직업의 의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대다. 세대별로 느끼는 직업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다르고 나 또한 이전의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기에, 모든 일에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에서는 신념을 잘못 실천한 끔찍한 사례들 - 폴 포트, 칼뱅이 지배했던 암흑기와 불운과 행운 그 사이 그리고 출생과 영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결국 삶에서 귀중한 모든 것은 '지금 여기'에 있으니 찰나에 지나지 않는 삶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책리뷰-어떻게-살것인가-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변으로 한 컷짜리 사진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맥주와 함께 책 읽으며 사색할 수 있는 정신이 여유로운 삶, 아침을 산책으로 시작하며 자연을 느끼는 충만한 하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