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월든(WALDEN) by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20. 8. 22. 00:09캐리의 일상/캐리의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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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체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휴가지 숲 속에서 바람맞으며 누워 읽기 시작했던, 그리고 아직도 읽고 있는 <월든>

3년전 쯤 도서관에서 우연히 빳빳한 초록색 귀여운 펭귄 출판사 번역판을 집어 들었다가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잘 와 닿지도 않고 지겨워서 놓았던 책인데 누군가의 추천도 있었고 끌림에 사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작가가 직접 1845년부터 1847년까지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살아간 이야기. 자연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수필인가 싶다가도 사색하며 삶과 사회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다가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등. 오묘한 책이다. 특히 풍경을 그려내는 생생한 묘사를 읽고 있노라면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구체적이다. 

 

 

휴양림에서 읽는 월든

 

왜 이 책이 갑자기 끌렸을까.

데시벨 높던 곳에서 살다가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게 너무 오랜만이라 잠시 멈춰서 심플한 삶을 실험해 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던 책 속의 배경에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줄 쳐 놓은 문구들 남겨본다. 정리하다 보니 나한테 묻는 질문 같기도.


  • 왜 우리는 수없이 다양한 삶의 방식들 가운데 오직 한 가지만 과대평가 하는가?
  • 인간이 모두 벌거벗었다면 누가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
  • 인간 사회의 오류, 세속적인 위대함을 좇느라 천상의 안락함은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 젊은 이들이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우는데 직접 삶을 살아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고된 시련이 아니라 즐거운 유희다.
  • 나는 가능한 한 이 세상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개인은 자기 부모나 이웃이 간 길이 아니라 자신만이 갈 길을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젊은이가 하고자 하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방해받지 않고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 불순한 선행만큼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없다. 그것은 인성과 신성이 부패하여 풍기는 악취다.
  • 인류는 자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 사랑은 누구나 잠이나 망상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릴 때마다 나침반의 방향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길을 잃고서야 즉 세상을 잃어버리고 난 후에야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는다.
  • 인간은 신체라고 불리는 신전을 짓는이다. 누구든 자신이 숭배하는 신을 위해 그 신전을 순수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성들여 지어야 한다. 대리석에 망치질을 하는 행위로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조각가이자 화가이고, 작품을 만드는데 쓰는 재료는 우리 자신의 살과 피와 뼈다. 고결함은 잘 다듬어지고 채색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며, 비천함과 관능적 욕망은 인간을 야수처럼 만든다.
  •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길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데 소비하자.
  • 일찍 일어나 마음의 평정을 갖고 정진하자. 만남과 이별에 연연하지 말고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울어도 동요하지 말자. 왜 항복하고 물결에 휩쓸려 가야 하는가? 긴장을 유지하고 아침의 활력을 간직한 채, 돛대에 묶인 오디세우스처럼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지나쳐 가라.

천천히 곱씹어보면서 함께 수록된 간디의 독립운동과 마틴 루터 킹의 민권 운동에까지 영감을 주게 되었다는 <시민 불복종> 또한 읽고 끄적여봐야지. 수필인가 철학책인가. 200여 년 전의 고민도 지금과 다를 바는 없구나. 하지만 숲 속을 거닐며 산책하고 사색하는 삶이 일상이 되긴 힘든 세상으로 바뀌었지.

 

전망대에서 월든

 

"빛나는 호수는 닦아낸 먼지가 묻지 않는 헝겊과 같으며, 자신의 숨결을 하늘 높이 띄워 구름으로 만들고, 그 구름을 가슴에 품어 반사시킨다. "

호수를 바라보며 어떻게 저런 표현이 생각날까. 딱딱한 컴퓨터 언어들을 몇 달 동안 상대하면서 약간은 메마른 감상에 호흡을 좀 불어준 책.

전 세계도 나도 참 다이내믹했던 그리고 여전히 챌린지 중인 2020년 지금 이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도 이렇게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구절을 마지막으로 끄적여 봅니다:)

 

"햇살이 비치는 많은 시간과 여름날 덕분에 나는 가진 것은 없었지만 부자였고,

그 시간들을 아낌없이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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